서 론
가지과(Solanaceae)의 쌍떡잎식물인 가지(Solanum melongena L.)는 아시아와 지중해 지역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채소 작물 중 하나로 재배되어 왔다(Taher 등, 2017). 우리나라에서도 가지는 다양한 조리의 재료로 이용되어왔으며, 2022년에 전국 재배면적이 694ha로 노지재배가 431ha, 시설재배가 263ha에 이르고 있다(MAFRA, 2023). 경남의 가지 재배면적은 86ha로 그중 시설재배가 86%(74ha)로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며, 대부분 9월에 정식하여 이듬해 7월까지 재배하는 촉성재배 형태이다(RDA, 2021). 시설 내 토경으로 재배되는 가지는 토양 전염병 발생과 연작장해 등으로 수량과 상품성이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Kim 등, 2004), 최근에는 수경재배 기술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경재배로 전환이 활발한 추세이다. 수경재배는 양분공급의 최적화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되므로(Dorais 등, 2002), 시설 내 촉성재배 작형에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지 수경재배는 기술 도입단계로 농가 또는 작형에 따라 재배 방법이 다양하고 생산성 차이가 심하다. 특히 재식밀도는 엽수, 엽면적 및 초장 등 작물의 형태 형성과 수량 및 품질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지만(Lee 등, 2010; Seo 등, 2005; Wee 등, 2018), 농가에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일정 수준까지의 재식밀도 증가는 작물의 광합성 지수 및 광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Diepenbrock, 2000) 적절한 밀식은 수경재배 가지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지 수경재배를 위한 기초자료로 또한 제시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배지의 선택으로, 배지의 종류에 따라 작물의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지 종류는 암면, 펄라이트, 코이어, 피트모스, 혼합배지 등으로 다양하지만, 최근 코이어 배지 사용이 증가(Kim 등, 2014)하면서 전체 수경재배용 고형배지 중 약 70%를 차지하게 되었다(Choi 등, 2019; MAFRA, 2018; RDA, 2013). 코이어 배지는 코코넛 열매의 껍질을 가공한 것으로 재배가 끝난 후 친환경적으로 폐기할 수 있고(Lim 등, 2020), 칩과 더스트의 혼합 비율 조절로 배지 내 공극 확보와 생육 중 함수율을 조절할 수 있다(Hong 등, 2021). 코이어 배지를 사용할 때 작물의 초장과 수량은 배지 용량이 클수록 양호하고(Kim 등, 2011), 뿌리의 근활력이 높다는 연구결과(Hwang 등, 2022)가 있지만, 배지 용량이 크면 구입 비용이 높아진다. 한편 가지 수경재배 농가에서는 인공수분 노력을 절감하기 위해 단위결과성 품종 재배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중 ‘TNA-114’ 품종의 인기가 높다. 본 연구는 가지 ‘TNA-114’ 촉성재배 작형에서 수경재배 시 적정 재식밀도와 배지 용량을 제시하기 위하여 재식밀도와 배지 용량을 달리하여 생육과 수량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시험장소 및 재료
경상남도 진주시 소재 양지붕형 연동식 유리온실에서 두 가지 시험으로 나누어 본 연구을 수행하였다. 온실은 남북방향으로 측고는 3m, 동고는 5m였으며, 배지가 놓이는 거터(gutter)도 남북방향으로 180cm 간격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시험품종은 ‘부농탱크원’(Bunongseed Co., Korea) 대목에 접목한 단위결과성 품종 ‘TNA-114’(Takii Co., Japan)을 사용하였으며, 경남의 촉성재배 작형에 맞추어 2022년 9월 8일에 정식하여 이듬해 6월 27일까지 재배하였다. 수경재배용 배지는 칩과 더스트 비율이 1:1인 코이어 배지(Power, Daeyoung GS Co., Korea)를 이용하였다. 양액은 가지 전용 야마자키액(N-P-K-Ca-Mg=10-3-7-3-2 me·L-1)을 공급하였다.
2. 시험 처리
재식밀도 처리는 앞서 언급한 용량이 10.8L(90×12×10cm, 3구)인 코이어 배지 1개당 3주씩 심어 배지 간 간격을 25cm, 10cm, 0cm로 달리하여 m2당 재식주수를 2.9, 3.3, 3.7주로 하였다. 시험구는 반복당 15주를 두고 난괴법 3반복으로 배치하였다. 배지 용량 처리는 재식밀도 3.3주·m-2 조건에서 1주당 3.6L와 9L의 2수준으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3.6L 처리구는 재식밀도 시험구의 3.3주·m-2 처리구를 이용하였는데 90×12×10cm인 배지에 3주씩 심었다. 9L 처리구는 크기 25×20×18cm 배지에 1주를 심고 배지 간 간격을 8.5cm로 조절하여 재식밀도를 3.6L 처리구와 동일하게 맞추었으며, 사용한 배지는 3.6L 처리구와 크기만 다른 동일 제품이었다. 시험구는 반복당 15주를 두고 난괴법 3반복으로 배치하였다.
3. 시험포 관리
정식 후 접목 부위 위쪽 30cm 부근에서 2개의 줄기를 동서 양쪽으로 각각 유인하여 Fig. 1과 같이 2주지 Y자형으로 재배하였다. 양액 공급은 EC 2.4dS‧m-1, pH 5.5로 설정하여 정식 4주 후부터 일사비례제어방식으로 누적 광량 100 J·cm-2마다 식물체별 1회 공급량을 100mL로 하면서 배액률은 20-30%, 배액의 EC는 급액 EC보다 1.3-1.7dS‧m-1 높도록 관리하였다. 시험기간 동안 온실 내 온도는 데이터로그(TR-72wf, T&D Corp., Japan)를 설치하여 측정하였으며, 주간온도는 15-35℃, 야간온도는 10-25℃ 범위로 일평균 온도는 19℃였다. 과실은 주지에 착생한 모든 꽃과 주지에서 발생한 측지의 첫 번째 꽃에만 착과시켰으며, 측지는 착과된 과실 상위 잎 1개를 남기고 적심하였다.
4. 생육 및 과실 조사
2023년 2월 15일 반복당 15주를 대상으로 간경, 엽장, 엽폭, 초장, 절간장, 절간수를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분석기준(RDA, 2011)에 따라 조사하였다. 간경은 접목부위 상단 10cm에서 캘리퍼스(IP54, Shahe Co., China)로, 엽장과 엽폭은 주지에 착과 되어있는 과실 주변의 생장이 양호한 잎을 주당 2개씩, 초장은 식물체의 접목 부위부터 동쪽 주지 선단까지의 길이를 줄자로 측정하였다. 절간장은 초장을 총 절간수로 나누어 구하였다. 수확은 2022년 11월 14일부터 시작하여 경남의 가지 촉성재배 농가의 관행대로 이듬해 6월 27일까지 3-10일 간격으로 하였다. 수확한 모든 과실은 총무게를 측정한 후 수확 개수로 나누어 평균 과중을 구하였고, 수확 때마다 주당 2개의 과실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과장(과실의 꼭지 부분을 제외한 직선 길이)과 과폭(과실에서 가장 굵은 부분)을 측정하였다. 상품과율은 수확한 전체 과실수에서 비상품과(열과, 곡과, 석과, 기형과)를 제외한 과실수를 백분율로 산출하였다.
5. 통계분석
통계 분석은 재식밀도 시험에서는 R 프로그램(Version 4.0.3, R Project for Statistical Computing)을 이용하여 DMRT(Duncan’s multiple range test)로 5% 수준에서 처리 평균간 차이를 검정하였고, 배지 용량 시험은 Excel 프로그램(Office 2016, Microsoft Co., USA)으로 Student’s t-test를 하였다. 모든 성적은 평균값과 표준편차로 나타냈다.
결과 및 고찰
1. 재식밀도 효과
‘부농탱크원’ 대목에 접목한 ‘TNA-114’ 가지의 간경, 엽장, 엽폭, 초장은 정식 후 140일이 지난 이듬해 2월 15일까지 재식밀도에 따른 일관된 경향이 없었다(Table 1). 과채류 수경재배에서 밀식은 식물체당 햇빛을 받는 면적을 감소시켜 초장을 증가시키지만(Wee 등, 2018), 본 시험에서는 재식밀도가 식물체 길이 생장에 유의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3.7주·m-2 처리구는 주당 절간수가 2.9주·m-2처리구의 9.7개보다 13% 적었고, 절간장은 2.9주·m-2처리구의 14.9cm보다 15% 길어 재식밀도가 높을수록 주당 절간수가 적고 절간장이 길어지는 경향이었다. 이는 멜론에서 재식밀도가 높을수록 절간장이 길어지는 연구결과(Lim 등, 2020)와 비슷하였다. 시설 내에서 과채류를 수경재배할 때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일반적으로 줄기를 위로 세워키우는데 줄기의 길이는 수량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Lim 등, 2020). 줄기의 길이는 절간의 길이와 절간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절간장이 짧고 절간수가 많은 줄기 형태가 착과량을 늘리기에 유리하며(Lim 등, 2020), 이에 관여하는 것은 고유한 품종 특성과 햇볕, 온도, 습도, 양분 등 환경조건 등(Seo 등, 2005)이다. 본 시험에서는 재식밀도에 따른 광환경, 양분의 공급 변화가 크지 않아 유의적인 생장 차이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Table 1.
Planting density (plants·m-2) |
Trunk diameter (mm) |
Leaf length (cm) |
Leaf width (cm) |
Plant height (cm) |
No. of nodes (/plant) |
Internode length (cm) |
2.9 | 13.1 ± 0.7z ay | 14.0 ± 1.5 a | 11.7 ± 0.3 a | 143 ± 2 a | 9.7 ± 0.8 a | 14.9 ± 1.1 b |
3.3 | 13.4 ± 0.1 a | 22.9 ± 0.8 a | 13.8 ± 0.8 a | 142 ± 14 a | 8.5 ± 0.4 a | 16.6 ± 1.7 a |
3.7 | 13.4 ± 0.7 a | 21.9 ± 3.4 a | 13.7 ± 0.7 a | 145 ± 10 a | 8.4 ± 0.2 a | 17.2 ± 1.4 a |
재식밀도 수준은 주당 수량에도 유의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Table 2), 이는 Table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재식밀도가 생육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단위면적당 재식주수를 반영한 10a당 수량은 3.7주·m-2 처리에서 18.6톤으로 2.9주·m-2와 3.3주·m-2 처리구보다 각각 20%와 17%가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단위면적당 수량이 재식밀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Campos 등, 2019; Karpe 등, 2024) 재식밀도 증가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한다는 기존 연구결과(Uoon과 Cho, 2019; Wee 등, 2018)와 같이 해석될 수 있다. 그러므로 주당 수량 차이가 비슷하거나 크지 않다면 밀식을 할수록 단위면적당 수량을 높이는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2.9주·m-2와 3.3주·m-2 처리구 간에 단위면적당 수량 차이는 없었다.
재식밀도 차이는 평균과중, 과장, 과폭, 상품과율에 유의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Table 2). 이는 본 시험에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재식밀도에 따른 광환경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측되며, 밀식 정도를 3.7주·m-2보다 높게 하면 수량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재식밀도가 낮을수록 수광률과 통기성이 개선되어 과실의 크기와 상품과율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Lee 등, 2010). 반면 재식밀도가 높아지면 식물체당 받는 햇빛이 줄어들어 광합성량이 감소하고(Gruda, 2005; Karpe 등, 2024) 이로 인해 영양생장 기관과 과실의 동화산물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어 과실 생장이 저해될 수 있다(Jang 등, 2017; Karpe 등, 2024; Maboko와 Du Plooy, 2008; Nakarin 등, 2017; Zende, 2008). 한편, 줄기의 배치 방법에 따라 햇빛 투과량과 착과량이 달라지므로(Karpe 등, 2024), 정지 및 측지 관리 방법이 본 시험과 다르다면 재식밀도에 의한 작물의 생장 반응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Table 2.
Planting density (plants·m-2) |
Yield per plant (kg) |
Yield per 10a (ton) |
Average fruit weight (g) |
Fruit length (cm) |
Fruit diameter (cm) |
Marketable fruits (%) |
2.9 | 10.5 ± 0.9z ay | 15.5 ± 1.3 b | 157 ± 7.6 a | 23.1 ± 0.5 a | 5.2 ± 0.0 a | 93.0 ± 0.6 a |
3.3 | 9.6 ± 1.2 a | 15.9 ± 1.9 b | 157 ± 3.5 a | 24.4 ± 1.1 a | 5.1 ± 0.1 a | 93.0 ± 2.4 a |
3.7 | 10.0 ± 0.5 a | 18.6 ± 1.0 a | 159 ± 6.0 a | 23.6 ± 1.0 a | 5.2 ± 0.0 a | 94.1 ± 1.9 a |
2. 배지 용량 효과
정식 140일 후 배지 용량에 따른 가지의 영양생장은 Table 3과 같았다. 9L/plant 처리구는 3.6L/plant 처리구에 비해 배지 용량이 2.5배 컸지만 간경, 엽장, 엽폭, 초장, 절간수 및 절간장의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다. 주당 수량과 단위면적당 수량, 과실 특성에도 배지 용량 처리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Table 4). 토마토에서는 배지 용량이 크면 보수 및 통기성이 좋아지고(Jun 등, 2006) 뿌리 발달과 활력이 촉진되어 생육이 양호해진다(Hwang 등, 2023; Kim 등, 2011). 파프리카에서는 배지 용량이 클수록 주당 수량과 상품과 비율이 높아지기도 한다(Park 등, 2020). 그러나 본 시험에서 배지 용량에 따른 작물의 영양생장 및 과실 생장이 비슷했던 결과는 주당 3.6L의 배지 용량에서도 양액공급 및 근권환경이 9L 배지 용량보다 나쁘지 않아 뿌리의 발달이나 양분흡수량이 양호하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Table 3.
Substrate volme (L/plant) |
Trunk diameter (mm) |
Leaf length (cm) |
Leaf width (cm) |
Plant height (cm) |
No. of nodes (/plant) |
Internode length (cm) |
3.6 | 13.4 ± 0.1z | 22.9 ± 0.8 | 13.8 ± 0.8 | 141.7 ± 14.3 | 8.5 ± 0.4 | 16.6 ± 1.7 |
9 | 12.9 ± 0.3 | 23.2 ± 2.6 | 15.3 ± 2.1 | 140.3 ± 15.2 | 8.3 ± 0.1 | 16.8 ± 2.0 |
Significance | ns | ns | ns | ns | ns | ns |
Table 4.
Substrate volume (L/Plant) |
Yield per plant (kg) |
Yield per 10a (ton) |
Average fruit weight (g) |
Fruit length (cm) |
Fruit diameter (cm) |
Marketable fruits (%) |
3.6 | 9.6 ± 1.2z | 15.9 ± 1.9 | 157 ± 0.7 | 24.4 ± 0.7 | 5.1 ± 0.7 | 93.1 |
9 | 10.2 ± 0.7 | 16.8 ± 1.2 | 159 ± 0.7 | 23.0 ± 0.7 | 5.1 ± 0.7 | 94.5 |
Significance | ns | ns | ns | ns | ns | ns |
결 론
본 연구의 결과로 촉성재배 가지를 수경으로 2줄기 Y자형으로 재배할 때, 재식밀도를 3.7주·m-2까지 높이면 수량이 증가하고 과실 품질과 상품과율에는 영향이 없어 생산성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물체당 공급되는 양액량이 동일할 경우 배지 용량을 크게 하더라도 작물 생장이나 수량에 차이가 없으므로 비용절감을 위해 주당 3.6L 배지 용량으로 수경재배 활용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시험 처리수가 적어 밀식장해가 나타나지 않는 높은 수준의 재식밀도 및 생육을 저해하지 않을 정도의 최소 배지 용량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